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48) 이란 대통령 당선자는 과연 강경노선을 고수할 것인가. 아흐마디네자드 당선자는 선거 당시는 물론 당선 직후까지만 해도 대외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그는 핵문제와 관련해 “이란이 유럽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웠고,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아흐마디네자드가 의외로 강경노선을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 출신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점을 그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란의 내부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국내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사회적 자유를 억압받지 않으며,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본인도 ‘핵협상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정리,국제사회와 대화를 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26일 “핵협상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천명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도 과격한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성들의 복장 규정을 다시 강화하는 등 보수색이 짙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지만,아흐마디네자드는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흐마디네자드 당선자가 최근 잇따라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과 관련,이란 내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고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당면 현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도 중요하지만 민생 현안들을 선결하지 않는 한 대중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란의 실업률과 저소득층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현재 700만이 넘는 이란인들이 월 49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570만명이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관련,’국제위기그룹’의 이란 대표 카림 사자드푸르는 “국내와 국외에서 지나치게 혁명적인 노선을 견지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유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 강경파는 경제실적 부진을 개혁파의 잘못으로 몰아 세워 왔지만 이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안게 됐다”고 말했다.
내부의 정치적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야당인 이란자유운동의 당수 에브라힘 야즈디 전 부총리는 “이란은 외부 세계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놓쳤다”면서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는 외부 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적 외교노선 채택을 주문한 것이다.
이와함께 서방세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아흐마디네자드 당선자를 폄하하거나 노골적으로 불신할 경우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교조적 노선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란의 한 전문가는 “(외부세계의) 대 이란 강경노선은 강경 대응을 낳을 뿐”이라면서 “만일 이란을 궁지로 몰아세우면 몰아세우는 당사자도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
출처 :
부산일보 2005년 6월 29일자